때는 바야흐로 2016년 2월 중순,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지 않고 있었지만,

사실 사진은 꾸준히 그리고 있었다.

블로그 제목이 미대생 세진이 이지만, 사실 그림 이야기 보다는 사진 찍는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된다.

그림은 작업이고, 사진은 취미이다.

블로그를 하면서는 다소 가볍게 접근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다.


아니, 그러니까 2월 중순. 그 전부터 꾸준히 쓰던 FM2에 무언가 부족함을 느꼈다.

FM2는 분명 힘이 있는 기계식 셔터소리, 포커스 링을 돌리며 촛점을 잡는 일, 그리고 한 장씩 필름을 넘기는 느낌까지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은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단 하나, 크기가 작고 가벼워 기동성에 큰 점수를 주고 싶으나,

촛점을 잡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그 한계점을 명확히 가지고 있었다.

쓰기 불편함은 없으나, 항시 오토포커스를 사용하던 나에게는 불편함이 가득 느껴졌다.

그 때에 나는 AF가 되는 필름 카메라. 그 중에서도 니콘 렌즈의 공유가 가능한(몇 없지만.) F5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내 나이와 비슷한 카메라를, 그것도 좋은 상태의 전자식 필름 카메라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어렵게 찾은 한 대의 카메라는 망설이던 찰나에 다른 분의 손에 넘어갔고,

결국 나는 인터넷 샵을 뒤져 한 대의 F5를 받기에 이른다. 무려 45만 원 이라는 거금을 지불하고.



이제 되었다고 생각했다. 택배를 받아들고 상태가 너무 좋아 사실 내심 기쁜 느낌이 들었다.

너무 섣부른 기대였을까, 잠시 카메라를 만지다 보니, 기능에 이상이 있어 교품을 요청했고,

2주가 흘러 3월이 되었을 때, 다른 F5가 내 손에 들어왔다.


아, 물론 그 녀석도 이상이 있어 다시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직 나는 AF가 되는 필름카메라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 한 것일까.

렌즈를 사려 아껴두었던 마지막 45만원을 마저 카메라샵에 지불하며 F6를 보내달라고 하였고,

3월 30일. F6가 나에게로 왔다.


인류 마지막 35mm 필름 카메라.

상태도 좋다. 기능성은 말 할 것도 없이 좋다.

손에 잡는 느낌부터 편의성까지.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느낌이 보였다.

완벽하다고 하는 편이 좋을 듯 하다.


이제 내게 주어진 카메라는 모두 세 대.

S5pro는 이제 FM2에게마저 우선순의가 밀린 지 오래라 빛을 자주 보고 있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내가 사진을 처음 찍게 되던 순간에 함께 있었던, 가장 오래 사용했던 카메라.

절대로 떠나보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F6의 메뉴얼을 다운로드 받아 읽어보고 있다.

들고 나갈 생각에, 사진을 찍어 볼 생각에 설렌다. 같은 필름에, 같은 50mm 렌즈를 사용하기 때문에, 별반 다른 결과물을 보여주지는 않겠지만, 전자식 카메라에서 이런 감성을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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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한 갑 사러 나가다 고양이를 만났다.

오 세상에. 오래 전에 봤던 아기고양이들이다.

많이 자랐더라.

당장 먹을것을 사 와 급하게 줬다.

경계를 잠시 하더니 냄새를 맡고는 먹기 시작했다.

뿌듯한 기분.

그릇에 담아 주면 좋았겠지만, 별 수 없었다.

없는 것 보단 나으려나 싶어 그냥 주기는 했다.










이 나라에서 길고양이란 언제나 힘없고 약한 존재다.

제대로 된 수명을 보장하기 힘들고,

하물며 먹을 것 마저도 얻기 힘들다.




항상 안쓰럽다. 갈 곳 없이 떠도는 아이들을 볼 때면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알러지도 있고, 책임지지 못 할 행동을 감정적으로 해선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간식을 조금 주는 정도.









그래도 우리 동네에는 소위 '캣맘'들이 꽤 넓은 구역을 커버하고 있다.

돌아다니며 밥을 주는 곳이 몇 군데 보이는데,

상가지역 앞에도 밥을 주고 있기에 불안했으나,

뭐 가게 주인들이 그다지 신경 쓰지는 않는 모양이다.

다행스러운 부분.






맛있게 먹더니 휴식이 필요한 모양이다.

더 어릴 적에는 털 결이 훨씬 더 좋았던 것 같은데,

많이 상했다.

안쓰럽다.







눈병이 약간 있는 것 같다.

안타깝다.

작은 생명이기에 더 그러하다.







아이들의 어미는 얼마 전 부터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덩치가 좀 있는 치즈태비 고양이었는데,

어디갔는지 통 보이지를 않는다.

아무래도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 같다.









고양이가 살기 좋은 세상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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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다가 고양이를 만났다.

산책을 하다 말고 무슨 생각에 빠졌는지 움직이지를 않는다.








덕분에 나는 지각을 했었다.

아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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