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FM2를 쓴다.

수동 카메라다. 필름을 사용하고. 오래 된 카메라다.

나보다 나이가 많다.

나는 96년생인데,

이 카메라가 198x 년에 나왔으니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한참이 많다.

완전한 기계식 카메라다.

전자부품이라고는 아마 노출계밖에 없을 것 같다.

무슨 바람이 들어 샀나 모르겠다.

분명 기억에는 s5pro에 쓸 af 렌즈를 열심히 고르고 있었다.

135mm dc 렌즈를 보고는

저 화각에, 저 조리개에, 저 크기. 딱이다. 매물만 기다리자.

고 생각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는 시세보다 비싸게 산 FM2가 들려있고,

c200 필름 10통이 냉장고에, 그리고 차액은 흥청망청 다 써 버리고 없어졌다.

돈이 없어지기 전에 삼각대라도 사 놓았어야 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긴 하지만,

카메라에 대한 것 만큼은 만족하고 있다.

필름카메라를 쓰게 되면 디카를 쓸 때와 달리 한 컷 한 컷이 돈이 나가게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찍게 되고,

공부도 많이 될 거라고 했는데,

두 컷 날릴 때에 한 컷을 날리기는 하지만,

신중해지진 않는 것 같다.

여전히 마구잡이로 찍고 걸러내고 있으며 실력은 제자리걸음이다.

다만 카메라를 더 자주 들고 다니게 되었다. 처음 카메라를 샀을 때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다만 여전히 포기해버린 망원 영역은...눈물이 난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렌즈를 알아 볼 때마다 af 가 되는 F5를 살 걸 그랬나. 싶은데,

니콘 수동렌즈는 매물이 제법 있긴 하지만,

꼭 내가 원하는 렌즈들은 베스트셀러라 매물도 없고 나오면 바로바로 가져가는 바람에, 렌즈 수급이 힘들다.

af렌즈들은 그에 비하면 매물이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솔직히 간지를 따져도 F5쪽이 조금 더...

FM2에 50mm 조합이 이쁘고 가벼운 것은 좋긴 하지만.

글이 두서가 없다.

잠도 오고.

사실 시험기간이라 뭘 해도 손에 잡히지를 않아서 큰일이다.

학점은 포기를 했다지만.

마음에는 걸린다.

나도 학생이라.

어쩔 수 없다.

아.

그리고 방금 새 필름을 주문했다.

20통이나.

코닥의 필름으로만 가득 채워 주문을 했는데,

고르다 보니 비싼 필름만 골라서 샀다.

프로이미지를 제외하고는 다 8000원대의 필름이니까

네거티브 필름으로는 가장 비싸겠지.

포트라 160 / 400 을 각 5통씩

엑타 100을 5통

프로이미지를 5통

주문을 하고 보니 15만원이 조금 넘는다.

슬프다. 돈도 없는데.

남들이 볼 때에는, 이 시대에 필름카메라를 쓰는 사람은 아마도 돈이 많거나, 아날로그 감성에 젖어있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디지털 기기가 너무 좋다. 돈도 없다.

나는 사실 원래 쓰던 카메라가 질려서 FM2를 산 것 뿐이다.

찍다보니 수동기도 매력이 있고, 셔터소리와 파인더는 s5pro랑 비교가 안 되게 시원하고-파인더 이야기는 뭐. 사실 FM2 파인더가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 중형 쓰시는 분들이 이 구절에서 웃을 듯.-

아-

필름을 두 번만 안 사도 근사한 삼각대를 하나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나중에 언젠가는 중형 필름을 써 보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답이 없는 것 같다.

사진과를 갈 것을 그랬나 보다.

글이 길어져 가는데, 글도 그렇고 생각도 그렇고 도무지 정리가 안 된다.

이번달과 다음달에 쓸 돈을 차비만 빼 놓고 몽땅 필름 사는데 쓴 내가 멍청해서 쓰는 글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진은 재미가 있다.

어쩌면 그림을 그리는 일보다 재미있을지 모르겠다.

현상과 스캔을 맡기고 기다리는 시간이 설레고,

스캔해서 나올 때에 작게 미리보기처럼 인화를 해 주는데, 그걸 들고 크게 보는 결과물은 어떨까

생각하며 집에 오는 그 순간도 설렌다.

급하게 결론을 내야겠다. 사진은 나를 설레게 만든다.

유일하게 지금에 만족하지 못 하게 만드는 것이 사진이다.-카메라일지도.-

그래서 도무지 그만둘 수 가 없는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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