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무얼 하느라 신경을 쓰지 못 했나.

작년 10월에 8월에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스캔받은 사진이 들어있는, 채 백업을 하지 못 한 CD가 분실됨을 깨달아서 낙담을 해서인가, 블로그며 사진이며 통 신경을 못 썼다. 사 둔 필름도 그대로이고, 카메라엔 먼지가 뽀얗게 쌓여간다.

지난 몇 개월간의 사진들을 꺼내며 카메라를 이렇게 방치 해 두는 것이 안타까운 일임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9월 3일. 아마도 개강하고 고작해야 이틀이 지난 날 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학교는 피곤했고, 한없이 따분했기에 내가 즐길 거리는 없었다.

1학기에 비해서 행사랄 것은 없었고, 있었다고 한들 이미 나는 학교보다는 집이 너무 좋았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꼴에 오랜만에 온다고 좋기는 했던 모양이다.

학교에 카메라를 들고 다닌 일이 그리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새 카메라를 산 후로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난 저 건물에서 수업을 듣는다.

미대 건물이라고 그래도 주변 건물 중에서 나름 이쁜 편인 것 같다.


하늘은 파랬다.

개강 초기에는 누구나 그렇듯 이번에는 성적이라도 잘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날씨도 좋고, 할 건 없고.

신기했다. 여유로웠다.


가을은 날씨가 좋았다.

수업 끝나고 친구들이 밥을 같이 먹기를 권했다.

빠질 이유가 없었다.

나무에 햇살이 부서지는게 좋아서 찍었는데,

언제부터 내 앞 사람이 있었는지.

스캔 받고 나서 알았다.


놀다가 늦게 집에 온 모양이다.

아마도.

내가 그 떄에 과제를 했을 리 없으니, 확실하다.


'사진 찍는 세진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09-28~09-29 포항  (0) 2016.02.11
2015-09-07 집 앞 고양이  (0) 2016.02.11
2015-08-28 이른 새벽  (0) 2015.10.21
2015-08-26 하늘이 맑던 날.  (0) 2015.08.28
2015-08-21 ~ 08-22 View ! 부산에서  (0) 2015.08.28

오늘도 언제나와 같이


FM2

니콘 50mm f1.4 수동

후지필름 c200


새벽 3시. 눈이 떠졌다.

개강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일찍 일어난 김에 오랜만에 새벽에 사진을 찍어 보기로 했다.


새벽 5시.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

사진을 찍으러 가기에는 너무 춥고 어두웠다.

다시 집에 들어와 해가 뜰 때 까지 컴퓨터를 했다.

사진을 보니 색이 퍽 이쁘다.


6시 10분.

해가 떴다.

안개가 자욱히 꼈다.

적당히 쌀쌀한 느낌.


몸에 안 좋은 새벽공기를 맘껏 들이마시고 돌아다닌다.

느낌이 좋다. 


사진이 너무 거칠다.

c200이 원래 그런것인가

샤픈이 너무 들어가서 그런 것인가


전 사진들을 보니

아마 후자인 것 같다.

내 탓이다 내 탓.


아침이라 나팔꽃이 펴 있다.

평소에는 잘 못 봤는데. 일찍 다니니 동네가 낮설다.


이런 구도의 사진을 자주 찍는다.

하늘보다 바닥을 많이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슬이 맺혀서 이쁜 은행잎.


여기는 옆동네. 이사오기 전에 자주 다니던 길이었다.


이 계단은 가로등이 켜진 밤에 와 보면 굉장히 이쁘다.

누가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외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멀리 안개가 자욱해서 찍었는데,

항상 안개는 사진으로 볼 때 그 느낌이 와닿지 않는다.

그래도 새벽의 차분함이 묻어있어 좋다.


꽃들이 많다.

하나같이 이슬 덕인지 생기가 돈다.


아직 능소화가 펴 있다.

올 여름에 능소화를 찍으러 가려 했는데, 그러지 못 해 아쉽다.

혼자는 너무 심심하다.


뒤쪽으로 돌아왔다.

큰 길이 있는 곳이다.

길을 건너면 뒷산이 있는데, 오늘은 날씨를 보고 산을 가 보려고 했다.


정말 생각만큼 분위기가 안 나온다.

안개가 정말 이뻤는데, 아쉽다.




순서가 조금 꼬였다. 뒷산 사진이 아닌데,

스캔떠 온 사진을 잘못 정리한 듯 하다.


웬 일인지, 큰 나무가 반토막이 나 있다.

벼락이라도 맞은 모양새다.


여기서부터 산 입구다.

터널을 지나 나가면 산 입구가 시작이 되는데,

가는 길에 몇 개의 공장(...)들이 있다.


산의 입구 바로 아래쪽.

전신주.


조금 올라왔다.

여기부터 산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반대쪽은 이렇게 생겼다.

공사중인 모양이다.

산이라 그런지 안개가 매우 짙다.


이슬이 맺힌 풀.

녹색이 매우 이쁘게 나왔다.


산을 막 올라가려고 하는데,

필름을 더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후회스러운 부분...


-끝





'사진 찍는 세진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09-07 집 앞 고양이  (0) 2016.02.11
2015-09-03 학교  (0) 2016.02.11
2015-08-26 하늘이 맑던 날.  (0) 2015.08.28
2015-08-21 ~ 08-22 View ! 부산에서  (0) 2015.08.28
2015-08-06 ~ 08-07 동네에서  (0) 2015.08.28


나는 FM2를 쓴다.

수동 카메라다. 필름을 사용하고. 오래 된 카메라다.

나보다 나이가 많다.

나는 96년생인데,

이 카메라가 198x 년에 나왔으니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한참이 많다.

완전한 기계식 카메라다.

전자부품이라고는 아마 노출계밖에 없을 것 같다.

무슨 바람이 들어 샀나 모르겠다.

분명 기억에는 s5pro에 쓸 af 렌즈를 열심히 고르고 있었다.

135mm dc 렌즈를 보고는

저 화각에, 저 조리개에, 저 크기. 딱이다. 매물만 기다리자.

고 생각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는 시세보다 비싸게 산 FM2가 들려있고,

c200 필름 10통이 냉장고에, 그리고 차액은 흥청망청 다 써 버리고 없어졌다.

돈이 없어지기 전에 삼각대라도 사 놓았어야 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긴 하지만,

카메라에 대한 것 만큼은 만족하고 있다.

필름카메라를 쓰게 되면 디카를 쓸 때와 달리 한 컷 한 컷이 돈이 나가게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찍게 되고,

공부도 많이 될 거라고 했는데,

두 컷 날릴 때에 한 컷을 날리기는 하지만,

신중해지진 않는 것 같다.

여전히 마구잡이로 찍고 걸러내고 있으며 실력은 제자리걸음이다.

다만 카메라를 더 자주 들고 다니게 되었다. 처음 카메라를 샀을 때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다만 여전히 포기해버린 망원 영역은...눈물이 난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렌즈를 알아 볼 때마다 af 가 되는 F5를 살 걸 그랬나. 싶은데,

니콘 수동렌즈는 매물이 제법 있긴 하지만,

꼭 내가 원하는 렌즈들은 베스트셀러라 매물도 없고 나오면 바로바로 가져가는 바람에, 렌즈 수급이 힘들다.

af렌즈들은 그에 비하면 매물이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솔직히 간지를 따져도 F5쪽이 조금 더...

FM2에 50mm 조합이 이쁘고 가벼운 것은 좋긴 하지만.

글이 두서가 없다.

잠도 오고.

사실 시험기간이라 뭘 해도 손에 잡히지를 않아서 큰일이다.

학점은 포기를 했다지만.

마음에는 걸린다.

나도 학생이라.

어쩔 수 없다.

아.

그리고 방금 새 필름을 주문했다.

20통이나.

코닥의 필름으로만 가득 채워 주문을 했는데,

고르다 보니 비싼 필름만 골라서 샀다.

프로이미지를 제외하고는 다 8000원대의 필름이니까

네거티브 필름으로는 가장 비싸겠지.

포트라 160 / 400 을 각 5통씩

엑타 100을 5통

프로이미지를 5통

주문을 하고 보니 15만원이 조금 넘는다.

슬프다. 돈도 없는데.

남들이 볼 때에는, 이 시대에 필름카메라를 쓰는 사람은 아마도 돈이 많거나, 아날로그 감성에 젖어있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디지털 기기가 너무 좋다. 돈도 없다.

나는 사실 원래 쓰던 카메라가 질려서 FM2를 산 것 뿐이다.

찍다보니 수동기도 매력이 있고, 셔터소리와 파인더는 s5pro랑 비교가 안 되게 시원하고-파인더 이야기는 뭐. 사실 FM2 파인더가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 중형 쓰시는 분들이 이 구절에서 웃을 듯.-

아-

필름을 두 번만 안 사도 근사한 삼각대를 하나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나중에 언젠가는 중형 필름을 써 보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답이 없는 것 같다.

사진과를 갈 것을 그랬나 보다.

글이 길어져 가는데, 글도 그렇고 생각도 그렇고 도무지 정리가 안 된다.

이번달과 다음달에 쓸 돈을 차비만 빼 놓고 몽땅 필름 사는데 쓴 내가 멍청해서 쓰는 글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진은 재미가 있다.

어쩌면 그림을 그리는 일보다 재미있을지 모르겠다.

현상과 스캔을 맡기고 기다리는 시간이 설레고,

스캔해서 나올 때에 작게 미리보기처럼 인화를 해 주는데, 그걸 들고 크게 보는 결과물은 어떨까

생각하며 집에 오는 그 순간도 설렌다.

급하게 결론을 내야겠다. 사진은 나를 설레게 만든다.

유일하게 지금에 만족하지 못 하게 만드는 것이 사진이다.-카메라일지도.-

그래서 도무지 그만둘 수 가 없는 것 같다.



-끝

'이야기 하는 세진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07-12 사진에 장난치기  (0) 2015.07.12
2015.07.10 가랑비 내리는 밤  (0) 2015.07.11
2015.07.10 사진을 찍는 이유는  (0) 2015.07.11
비가온다. 또온다.  (0) 2015.04.05
블로그를 새로 만들었다.  (0) 201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