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일요일.

오지 말랬더니 기어코 비가 오늘도 오고 말았다.

어제 내린 비 덕분에 꽃이 제법 쓸려내려갔는데...

오늘 저녁에 또 비가 오고 있다.



분명 오늘 아침에도, 제법 많은 꽃이 쓸려 가 버려서 굉장히 슬펐다.

학교에 가는 길에 카메라를 들고 나오지 않은 게 이렇게 후회스러울 줄 몰랐다.

그런데 뭐 비가 안 왔어도 떨어질 때는 된 듯 싶다. 잎이 돋아나던 걸 보니.


다만, 학교 앞에 홍매화가 버티고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기분이 조금 좋았다.



학교에서 과제를 대강 하고 집에 오는 길, 핫트랙스에서 백색 포스터칼라와 흑색 크로키북을 샀다.

본래 흑색 종이에 백색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즐기는 편이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 말이다. A4사이즈의 머메이드지나 FL지, A5사이즈의 켄트지로 된 드로잉북에 그리곤 했었는데,

이번에 A4사이즈의 켄트지로 된 드로잉북을 산 것이다.

어...

그림도 안 그린지 너무 오래 된 듯 하고, 뭐...이뻐보여서 샀다.

못 그리지만, 이거 다 쓸 쯤에는 제법 그리겠지 하는 생각도 있고...그렇다.


3월 29일 일요일.

과제를 하기 위해 학교로 향했다.

봄이 "나 왔다" 며 소리치는 듯 화창한 날씨에

가볍게 반팔 티셔츠를 입고 카메라를 들쳐멨다.


학교에 오자마자 미대 앞 고양이님을 뵈러 갔다.

내가 가서 카메라를 꺼내자마자 도망가는 고양이들.

카메라가 무진장 싫은 모양이다.

봐라. 저 경계하는 눈빛.

카메라를 싫어하는게 분명하다.

어느 새 개나리가 활짝 폈다.

노랗게 길을 수놓는 개나리.


사실 매화를 찍고 싶었는데,

학교 앞 매화가 이틀 새 몽땅 떨어지고 없더라. 아쉬웠다.



미대 내부로 들어갔다.

우리의 실기실에는 불이 꺼져있어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

무심코 문을 활짝 열었는데 사람이 있어서 놀랐다.

3학년 실기실 앞에는 학회장 형님의 자전거가 서 있다.

그리고 나의 과제는...

밤을 새서도 완성하지 못 했다.

중간에 볼링을 치러 가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오래 걸리는 작업을 잡은건지.

결국 학교에서 밤을 새게 되었고,

나는 또 실기실에서 잠을 청했다.


3월 30일. 전공 실기시간에 야외스케치를 나갔다.

벚꽃이 이쁘니 벚꽃을 그리러 가자며. 신났었다.


목련도 이쁘게 폈더라.

목련은 이때가 딱 이쁠 시기이다. 조금 더 지나면 시들기 시작하는데, 떨어지기 시작 할 때 즈음엔...윽


영남대에는 러브로드 라는 게 있더라.

벚꽃길인데, 연인이 뒤를 안 돌아보고 끝까지 가면 오래 간다 라던가

동성끼리 걸으면 3년간 연애를 못 한다던가.

...하.

아직 만개하지는 않은 듯 꽃봉오리가 많이 보인다.

다음 주 쯤 만개할 듯 보이는데,

비가 온다고 한다.

벚꽃이 만개한 길이 참 이쁠 것 같은데...

길 전체적인 모습이 정말 이쁜 곳이다.

흙길에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벚나무.

친구들 찍어준다고 제대로 찍지는 못 했지만.






햇빛을 받는 벚꽃은 정말 이쁘다.

반짝이는 듯 한 이미지가 연출되는데,

역광 아래의 꽃은 정말...좋다.

진달래가 듬성듬성 펴 있더라.

어디서 생긴 진달래인가 했더니,

길 위쪽에 진달래 밭이 있는데, 벚꽃 못지 않게 이쁜 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오늘 찍은 사진 중 내 마음에 드는 사진 두 장.

싸구려 렌즈라 생긴 플레어도 이쁘게 보이는 건 그냥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이라서...

빛을 받은 벚꽃은 그 자체로 반짝이는 듯 해서 너무 좋다...




조금만 더 활짝 폈더라면 좋았을 듯 싶다.

비만 안 온다면...




진달래 밭.

여기서도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더라.

친구들 사진 몇 장 찍어주고 나서 지나가며 급하게 한 장 찍었다.


작게 피어나는 꽃도 이쁘고,


크게 자라난 꽃도 이쁘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 벚꽃도 너무 이쁘고.

봄이 온 게 느껴져서 좋았었다.

다음에 올 때,

혼자가 아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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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티스토리 블로그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

중학교 2학년, 내가 카메라를 처음 만져 본 그 때 부터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2012년 까지 게시글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그 뒤로는 고2, 고3을 지내면서 카메라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시간을 만들지 않았고,

가끔 찍는 사진도 페이스북에 올리며 블로그는 잊혀져 갔다.


그리고 2015년 3월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지금.

나는 대학생이다.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 15학번으로 입학하였고,

OT며 대면식이며 MT며...각종 행사에 정신없는 한 달을 보냈다.

조금 늦었나 싶지만, 내 인생의 큰 분기점인 대학생활을 시작하며

추억을 기록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잠들어 있는 카메라를 다시 깨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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